2014년 10월 2일 목요일

박주선 의원의 스팀 규제에 대한 발언이 어이없는 이유

최근 박주선 의원이 스팀의 한글화 게임 중 한국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이 많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스팀 또한 한국의 게임 등급분류를 준수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스팀을 이용하는 많은 유저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밸브가 유통하는 스팀이라는 플랫폼을 이해한다면 어이가 없는 발언이다. 

스팀은 전세계를 상대로 한 플랫폼이고, 한국 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플랫폼 자체는 한국어를 지원하지만 모든 것이 한글화되어 있지는 않으며, 플랫폼의 한글화 또한 대부분은 유저들의 자원봉사로 만든 것이다. (뱃지/휘장 번역으로 논란이 되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원화 결제도 되지 않고, 달러로만 게임을 살 수 있다. 따라서 해외결제로만(VISA 등) 한국에서 스팀의 게임을 살 수 있다. 

이런 곳에서 파는 것이 한국에서 유통하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가?

다음. 박주선 의원이 예로 든 쉬벌리:미디블 워페어나 데이 오브 디피트:소스에 대해서. 
한글로 나오니 한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스팀 상점에서 살펴보면 둘 다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표기하고 있다. 
도전과제 등의 기본적인 요소조차 영어이며, 인게임에서 한글이 섞여 있다고 해도 그건 스팀의 STS 자동번역 시스템에 의해 된 것일뿐 게임사에서 한국에 유통하기 위해서 한글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문장조차 제대로 번역되어 있지 않고 있음을 조금만 해보면 눈치챌 수 있다. 
이게 어딜 봐서 공식 한글화 게임인가? 상점에서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명기해 뒀는데?
참고로, 쉬벌리는 대형 퍼블리셔가 유통하는 게임조차 아니고 인디 게임이다. 

의원 측에서 이 게임에 대해 스팀 상점만 살펴봤어도 논리가 어긋나고 있음을 깨달았을 텐데. 

이건 마치 외국에서 영화를 찍어서 외국에서만 상영했고, 이를 Vimeo 등의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판매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한국의 영상물 등급 제도에 따른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다고 외국 사이트에 등급분류를 강요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설령 영화가 한국어로 찍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기본적인 반박은 이쯤 하면 충분할 듯 싶은데, 박주선 의원이 혹시나! 한국 게임업계의 발전을 생각하고 있다면 해서 몇 자 더 써 본다.

규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제대로 된,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있는 법령의 정비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다못해 박주선 의원이 한국의 게임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규제수위를 낮추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자는 마인드에서 발언한 거라면 지지하고 싶지만 논조는 그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패키지 형태로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게임이라면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박주선 의원의 지금의 논조는 어린아이의 억지 부리기 수준에 지나지 않는 촌극이다. 그들이 제시한 기본적인 논리의 근거조차 죄다 틀려 있는데 뭐하자는 짓인가?

날로 새로워지고 있는 게임 유통 시장에 대해 관련 법령이나 매뉴얼을 전혀 개선하지 않은 채 규제부터 이야기하는 그 사상이 참으로 한심스럽다. 

한국의 인디게임 개발자들조차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데에는 지옥 같은 환경인 한국을 벗어나서, 한글을 지원하지 않고 한국에도 서비스하지 않는 게임을 만드는 형편인데. 

한국 게임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한 것은 다름 아닌 게등위와 박주선 의원 같은 분들이 아니신가?
게임 등급 분류를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등급분류의 매뉴얼을 다국어화하고, 사업자등록이나 심의료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되고 난 뒤에 규제를 논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자료가 정확한지부터 제대로 알아보고 뭘 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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